올해 칸 진행 중일 때부터 제일 궁금한 영화였어서 개봉일만 눈 빠지게 노려보고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개봉 당일에 봤네... 근데 진짜 잘 만들었음.
고어 정도... 수술 장면이나 장기 자랑(ㅋㅋ) 모자이크 없이 볼 수 있다면 그냥저냥 볼 만한데 개인적으로는 시각보다 청각적으로 힘든 장면이 많았음. 영화관 사운드로는 힘들어서 다시 봐도 집에서 볼 듯. 피가 많이 나오긴 하는데 이게 아예 도를 넘어서 버리니까 으; 보다는 와~,,, 하고 봤다...
갈 데까지 가는 영화라는 평이 많아서 결말이 어떻길래... 하고 갔는데 시놉시스로 예상되는 전개 내에서 어느 정도 진행되긴 함. 진짜 이걸 다 보여준다고? 싶은 느낌은 있음. 후반부 특정 장면에서 끝냈으면 완성도 자체는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는데 엔딩씬이 워낙 강렬해서 나였어도 그 장면 넣고 싶었을 것 같긴 함.
부국제 할 때 보면서 웃는 사람 있었다던데 오히려 울고 싶어지는 내용임. 웃음 나는 장면은 딱 하나 있었음. 후반부에 너네 여자 가슴 좋아하지?ㅋㅋ 라고 말하는 것 같은 장면 나오는데 딱 거기는 웃겼고 (사실 장면 자체는 웃긴 장면이 아님) 나머지는 역겹고 화나고 슬픔. 이 영화를 보고 슬픔을 느끼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하고는 겸상 못 할 듯.
피메일 바디의 상품화와 그로 인해 생기는 자기 혐오를 그로테스크한 장면과 엮어서 불쾌감을 주는 영화지만 그 불쾌감을 가장 느껴야 할 부류의 인간들에게 이 메시지가 전달될지 의문이 드는 점이 나를 기분 안 좋게 함. 그도 그럴게 포르노 수준으로 신체를 집요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너무 많음. 의도는 알겠는데 너무 많음. 그리고 후반부에 갑자기 부판영화제스러운 b급 감성이 돼서 반쯤 코미디가 되는데 이 부분은 다시 생각해도 아쉬울 듯...
인상적인 장면은 스포 방지로 접음.
제일 처음 나오는 스트릿의 별... 그 위에 떨어지는 케찹?이 되게 피 같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장면까지 보고 나니 그 의도가 맞는 듯ㅋㅋ 진짜 그 수미상관 때문에 후반부의 b급 감성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음. 그걸 드르륵 청소해버리는 게 그 어떤 고어 장면보다 끔찍하고 토할 것 같았음. 지금 쓰다가 다시 생각나서 또 속 안 좋아짐.
처음 약 찾으러 갈 때 문이 올라가다 마는 것처럼 나오는데, 감독의 의도든 작중에서 그 약을 제공하는 인물의 의도든, 그 어중간하게 열린 문이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주는 장치 같았음. 그 구멍으로 들어가려면 쭈그리고 지나갈 수밖에 없는데 그런 비굴한 모양새를 하면서까지 이 약을 얻고 싶어? 하는 거 같음. 심지어 그 다음에 나오는 게 주인공 코트랑 똑같은 색의 포스터인데 그 포스터 내용은 벌레 박멸임ㅋㅋㅋㅋㅋ 해충에 비유하는 것도 소름 끼치고 후반에 extermination 나오는 것까지 포함해서 정말 교묘하다고 생각함.
내용과 별개로 혼자 신경 쓰였던 건ㅋㅋ 비의료인의 의료 행위, 일회용품 재사용 등등 의료법 위반 사항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음ㅋㅋㅋㅋㅋㅋㅋ 주사 놓는 것도 하 그냥 창작물적 허용으로 넘겨야 하는데 개신경쓰였음.
포스터로 뭔 개미친영화라고 어그로 끌길래 얼마나 미친 거임? 하고 간 거 치고는 그렇게 미친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쓰면서 생각해보니 미친 게 맞는 듯. 정말 기분 안 좋게 만듦. 영화가 별로라서 기분 안 좋은 게 아니라 기분 나쁘게 만들고 싶어서 만든 영화인데 그게 아주 성공적이라서 내 기분을 제대로 조져주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 보고 기분이 안 좋아졌다고 하면 그건 찬사임... 우울할 때 보지 마십시오. 더 우울해질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