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마음


어째선지 아침에 눈 뜨자마자 제일 먼저 생각난 게 고레에다 감독 이름이어서 오늘이 날인가 보다 하고 괴물을 봤음. 그리고 재개봉해줬을 때 극장 가서 보지 않은 것을 후회함. 최대한 스포 없이 봐야 하는 거 같아서 그 동안 관련 인터뷰 하나도 못 보고 있었는데 드디어 해방이다. 내가 작년 칸 심사위원이었으면 진짜 감격했을 듯. 추락해부에 존오인에 괴물까지? 이런 영화를 심사한다는 게 영광이었을 것이다...

사람이 만드는 잣대라는 것은 결국 특정 측면만 본 채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인데 왜 우리는 그 기준이 절대적이라고 믿으면서 사는 걸까. 기준이 흔들리면 우리의 존재도 흔들리는 걸까? 그럼 이미 흔들려버린 뒤에는 무엇을 믿으며 살아야 할까? 선악이라는 건 정말 얄팍한 평가 수단인데 그런 걸 삶의 기준으로 두고 사는 게 맞는 걸까? 가장 중요한 건 본질이라고 하지만 우린 결국 나 자신의 본질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며 살아간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본질을 마주하는 순간 나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걸 부정할 수 없게 되는 세상이라는 게 또 나를 슬프게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빛이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살아야 하는 거겠지.

누군가를 위한 행동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고,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이 그 범주에 포함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굉장히 계산적으로 연출해서 보여준다. 끝까지 본 뒤에 처음부터 다시 보면 정말 한숨만 나옴. 판단이라는 행위 자체도 이기적인 폭력이 될 수 있지만 이 또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인 이상 최소한 무언가를 판단하는 데에 있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 생각해보자.

행복에 대해 얘기하는 대사가 제일 인상적이어서 필사해둠. 이런 건 이상론에 불과할 수 있지만 그래도 누구나 행복한 세상이 되길 바라면서 살고 싶음.



몇몇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건 행복이라 부르지 않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걸 행복이라 부르는 거야.

12-03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