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괴물 이야기 /미즈키+에나

이벤트 ‘형극의 길은 어디로’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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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알아? 저 산 속에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살고 있대.

 

그 흉측한 얼굴을 봤다간 죽을 때까지 악몽에 시달리고,

그 몸에서 나는 냄새는 불에 태워도 사라지지 않고,

그 목소리를 들으면 정신이 이상해진다나봐.

 

너는 절대 그 괴물을 만나지 않도록 조심하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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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괴물은 깊은 산 속으로,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간답니다.

사람들을 마주치면 돌을 던져오니까, 빨리 사라지라고 소리치니까.

 

괴물은 실수로라도 사람과 만나지 않도록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떠나요.

그야 돌에 맞는 건 아픈 걸요? 괴물이라고 다치지 않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요즘 들어, 괴물의 집을 자꾸만 찾아내는 사람이 나타났어요.

어쩌면 기어이 괴물에게 현상금이 걸려서, 괴물을 잡으러 온 사냥꾼일지도 몰라요.

괴물은 사냥꾼을 피해 집을 버리고 도망가기로 했어요.

소중히 간직해온 옷도, 인형도, 그림도 있는 집이지만 어쩔 수 없어요.

일단 사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렇게 해서 괴물은 여행을 떠나요.

멀리, 저 멀리, 아무도 잡으러 올 수 없는 세상 저 끝까지.

그런데 이상하다? 어째선지 사냥꾼은 여기까지 따라오고 말았어요.

괴물은 무서워졌어요. 괴물에게는 더 이상 도망갈 곳도 없어지고 말았어요.

 

도망치고 도망친 세상의 끝에서, 괴물은 드디어 사냥꾼을 만났어요.

괴물의 얼굴을 보면 악몽을 꾼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냄새가 몸에 배면 지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비명소리라도 들었다간 미쳐버릴 수도 있는데, 사냥꾼은 다가오는 걸 멈추지 않아요.

 

괴물은 눈을 감고 최후를 기다려요.

사냥꾼이 바로 앞까지 왔다는 걸 느꼈지만 눈은 뜨지 않아요.

그리고 괴물은 어떤 목소리를 들었어요.

 

“역시 그런 건 다 헛소문이잖아.”

 

괴물은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요.

 

“나랑 같이 갈래?”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너무나도 따뜻한 목소리였어요.

 

 

 

더보기

마후유가 어디서 길을 잃든 카나데가 찾아내는 것처럼,

미즈키가 어디까지 도망치든 에나는 끝까지 쫓아갈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겠죠? 그렇다고 해줘라 컬러풀파레트야.......

10-31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