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의 대체어가 될 수 있겠구나.
라고, 책 제목의 이유가 나오는 파트에서 생각함.
남자는 이성적이고 여자는 감정적이라는 식의 남존여비 사고방식이 깔려 있는 배경인 것만 감안하고 보면 아주 감동적인 로맨스... 로맨스라고 불러도 되나? 하지만 정말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였음. 근데 발렌틴이 내 생각 이상으로 호구였다. 보면서 계속 죽빵 날리고 싶었음. 너 지금 몰리나가 어떤 심정인지 알아? 모르겠지... 하지만 몰리나도 알길 바라지 않았겠지... 공허하게 살아온 몰리나에게 발렌틴과의 만남은 그다지 운명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몰리나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 몰리나가 행동할 계기가 되었다는 것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임.
이런 대화문 위주로 이루어진... 실험적인 구성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는데 (아무래도 전혀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음..) 이런 식으로도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구나 싶어서 신기했음. 공부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절절한 이야기가 외부 인간들에겐 형식적인 서류 몇 장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마음이 너무 추워졌음. 그 사람들은 몰리나가 선택을 하게 된 과정을 전혀 이해할 수 없겠지.
중학교 때 같이 덕질하던 친구가 이 책을 감명깊게 읽었다는 얘기를 했어서 항상 머리 한 구석에 있던 책인데 드디어 읽음. 걘 잘 살고 있을까. 그 친구가 나한테 니코동도 보컬로이드도 우타이테도 다 알려줬었는데, 걔도 내가 커서 보컬로이드 나오는 게임을 하게 될 줄은 몰랐겠지. 무얼 하면서 살고 있든 행복했으면 좋겠다.
p342
- 몰리나, 한 가지 명심해 두어야 할 게 있어. 사람의 일생은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지만, 모두 일시적인 것이야. 영원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어
- 그래, 맞아. 하지만 조금 더 오래가는 것은 있어
- 우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돼. 좋은 일이 일어나면 오래 지속되지 않더라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돼.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거여키다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