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때 그 애를 도와준 걸 후회하냐고?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당연하잖아. 그건 내 유일한 실수이자 최악의 실수였어. 그런 헛짓만 안 했어도 모든 계획이 완벽하게 끝났을 거야. 그럼 너희 칼데아의 여행도 거기서 끝인 거지. 어때, 너도 그러는 편이 낫지 않아? ……거참 시끄럽네. 알고 있어. 넌 그런 녀석이지. 그래서 갑자기 뭔데. 쓸데없이 그런 건 왜 물어봐. 허구한 날 걔랑 같은 파티로 짜주는 주제에 이제 와서 신경이라도 쓰이나 보지? ……. 설마 진짜로? 우와, 눈치가 있다고 해야 할지 없다고 해야 할지. 됐어. 그런 배려 필요 없어. 나도 그 녀석도 다 끝난 일이야. 가진 것 하나 없으면서 하늘의 별을 꿈꾸던 어느 바보의 이야기도, 파괴하는 것밖에 할 수 없으면서 희망을 놓아버리지 못한 어느 장치의 이야기도, 그 요정국에서 막을 내렸어. 그 뒤는 없는 이야기야. 너도 알잖아. ……뭔데, 그 표정. 궁금하면 ‘보면’ 되지 않냐고? 넌 진짜 사람 열 받게 하는 데엔 뭐 있다. 그래서 뭐가 듣고 싶은 건데. 이 정도면 다 말했잖아. 너에 비하면 난 더 드러낼 것도 없어. ……뭐? 재밌었던 일? 그 기지배를 따라다니는 게 재밌었을 리가 없잖아! ……. 크흠. 아니, 그래. 걜 골탕 먹이는 거라고 생각하면 못 할 건 없지. 고귀한 분이라도 되신 것처럼 돌아다니는 꼬라지를 볼 때마다 기가 찼으니까. 대신, 절대 내가 말했다고 하지 마. 알겠어? 하……. 정말 믿음이 안 가는 대답이네. 그래라, 네 맘대로 해라.
어디 보자, 이야기를 뭐부터 시작해야 하나. 너도 알다시피 내가 그 멍청이를 찾아낸 건 너희가 요정국에 오기 10년 전이야. 그래, 지겨울 정도로 오래 지켜봤다는 소리야. 서글프게도, 지겨워지기 전에 그 녀석은 떠나버렸지만. 아, 방금 한 말은 무시해도 돼. 하여튼 난 그 빌어먹을 마을에서 거렁뱅이처럼 길바닥에 늘어져 있던 ‘예언의 아이’를 찾았어. 정말 놀라웠지. 보통 그런 특별한 출생을 가진 아이라고 하면 그만큼 특별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잖아? 그래서 난 찾으러 가면서도 내키지 않았어. 특별하게 태어나 특별 취급을 받으며 특별하게 자라난 존재라니, 생각만 해도 재수 없어. 마음껏 써먹어 주겠다는 각오로 그 마을에 발을 들였지. 그다음에 일어난 일은 네가 아는 그대로야. 더 말할 것도 없어. 하, 그래도 그렇지 하필이면 그 새끼 이름을 댈 건 뭐람. 하여간 정신이 나갔던 게 틀림 없어. 그 뒤에 내가 마술사 행세를 그만하게 됐다고 해서 그 녀석을 찾아가지 않은 건 아니야. 어쨌든 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장기 말이었던 것도 사실이니까. 물론, 마을이 불타던 그때도 나는 보고 있었어. 보고만 있었지. 나는 어디까지나 방관자니까. 계속 방관자로만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텐데 말이야. 그렇게 시작된 거야, 철딱서니 없는 말괄량이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10년이라는 시간은.
재밌는 거라면, 그렇지. 체술 훈련이랍시고 지팡이를 휘둘러대는 건 언제 봐도 예술이었어. 어느 날은 직접 만든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지팡이를 흔드는데, 그게 또 박치라서 말이지. 점점 박자가 어긋나다가 자기도 어느 박자에 맞춰 흔들어야 할지 모르게 되어 결국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거로 돌아가는 게 언제나의 결말이야. 노래 실력? 그런 거, 당연히 좋을 리가 없지. 궁금하면 나중에 본인한테 직접 불러 달라고 해봐. 어떤 반응이 나올지 나도 아주 궁금해. 그거 말고 재밌는 거라면, 글쎄. 마술 연습을 안 하는 시간에 하는 거라곤 대부분 마을 심부름뿐이었으니. 그게 아니라면 그 대장장이 정도인가……. 아니, 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야. 아님 폭약을 잘못 섞어서 머리카락을 홀라당 태워 먹은 거라든가? 머리 꼴을 보더니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마술은 없냐고 하는 거 있지? 그럴 바엔 차라리 동강 잘라버리면 되지 않냐고 했더니 버럭 화를 내더라. 그건 내가 잘못한 거라고? 아니, 뭐, 그래. 그렇다고 하자. 얼마나 재밌는 얘기를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무렵에 있었던 일은 다 이런 식이야.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서 가끔씩 일어나는 별것 아닌 사건. 기억에 남길 필요도 없는 지루한 나날. 뭐, 그런 생활도 마을을 떠나면서 전부 끝났지만.
갑작스레 집을 잃은 사람이 가장 먼저 부딪힐 문제는 뭘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밥이겠지. 빈털터리로 마을을 나선 녀석에게 밥값 한 푼도 있을 턱이 없었어. 그래서 그 녀석이 어떻게 했는지 알아? 아무것도 안 했어. 한 거라곤 무턱대고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먹고 싶은 대로 주문하고 먹어 치우곤 돈이 없다고 한 것뿐이야. 그 뒤에 벌어질 일은 뻔하지. 먹은 만큼 벌 때까진 못 도망친다며 무급으로 부려 먹히게 되는 거야. 그 녀석은 처음부터 그게 노림수였던 모양이야. 문제가 있다면, 그 녀석이 제대로 할 줄 아는 거라곤 불을 피우는 것 정도뿐이라는 거지. 요리? 청소? 설거지? 정말이지, 제대로 하는 거라곤 하나도 없었어. 서툰 거에도 정도가 있지. 서빙을 하다 음식을 엎는 바람에 야단을 맞고 쫓겨난 부엌에서 이번엔 그릇을 다 깨뜨렸을 때의 그 표정을 너도 봤어야 해. 아주 가관이었지.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주제에 깨뜨린 접시를 주워 담다 손이 베이기나 하고. 걸음마를 막 뗀 젖먹이도 그보단 일을 잘했을 거야. 그런 식으로 하다간 밥값을 충당하긴커녕 열 받은 주인이 내다 버려서 노예로 팔려 가도 이상하지 않았지. 하지만 다음날, 어째선지 깨진 접시는 전부 원상 복귀되어 있었고, 주인 앞으로는 며칠의 식비를 정산하고도 남을 만한 돈이 보내져 왔어. 돈을 보낸 사람의 이름은 다름 아닌 ‘아르토리아 캐스터’였지. ……그래. 이번만큼은 이 눈을 쓰지 않아도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어. 맞아. 내가 하고 다닌 일이라는 건 주로 그런 거야. 한심하기 짝이 없지? 그래서 말했잖아, 재미 같은 건 없었다고.
그 뒤로도 상황은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어. 내키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의 사명이 뭔지는 잘 알고 있던 애라 ‘순례의 여행’이라는 걸 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어. 하지만 예언의 아이가 그저 나라를 떠돌기만 할 뿐인 그걸 순례의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건 단순한 떠돌이에 불과해. 그게 순례의 여행이라고 인식되기 위해선 예언의 아이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고, 예언의 아이로 인정받으려면 그만큼의 성과가 필요해. 뜬금없이 웬 요정이 나타나서 예언의 아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한들 믿어줄 턱이 없지. 그런 허름한 차림의, 초짜로밖에 안 보이는 마술 실력을 가진 요정을 누가 예언의 아이라고 생각하겠어. 하다못해 말투라도 얌전했다면 얘기가 달랐을지도 모르지. ……너, 에든버러에서 했던 얘기 기억나? 그래, 그 알 수 없는 초콜릿을 만들기 전날 말이야. 그때도 너는 아무렇지 않게 내 신경을 긁는 말만 해댔지. 분명 그때… 정숙하게 자라줬으면 좋겠다고 했던가? 확실히 그랬다면 내 수고를 덜었을 거야. 그 마을의 요정들이 어떻든 ‘예언의 아이’로서 자라게 만들어야 하는 건 내 사명이었어. 가장 납득되는 방식으로 여왕을 물리칠 수 있는 건 예언의 아이뿐이니까. 그걸 위한 마술 교육이었고, 그걸 위한 사상 교육이었어. 만약 마을 녀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해줬다면 내가 손을 댈 필요도 없었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그게 성에 차지 않았다면 결국 내 손을 거쳐야 하는 일이었어. 생각보다 더 귀찮아지긴 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그 녀석, 의외로 배우는 속도는 빨랐거든. 나중엔 그 녀석의 요구를 내가 따라잡지 못할 정도의 속도였어. 1년만에 그만둘 수 있었으니 천만다행이지. 계속했으면 엄청 힘들었을 거야, 분명.
너 말이야, 나한테 후회하냐고 했지? 어, 후회해. 그것도 아주 많이. 책임지지도 못할 일은 하는 게 아니었어. 아니, 내가 그 녀석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 건 어디까지나 계획의 연장선이야. 그 모든 과정을 헛되다고 생각하진 않아. 하지만, 그날, 그 말 만큼은 해선 안 됐어. 남을 요만큼도 믿지 않으면서, 고작 그런 보잘것없는 말을 소중히 간직하고 살아가다니 완전히 예상외야. 그렇게 될 줄 알았으면 애초에 잡담 같은 건 시작도 안 했을 거야. 할 수만 있다면 그런 말을 내뱉기 전에 내 입을 찢어버리고 싶어. ……. …………. 이래서 네 말에 어울려주면 안 된다니까. 지금도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했어. 자,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그런 소리 해봤자 소용없어. 난 그만 잘 거야. 내일도 아침 일찍 출발이잖아. 너도 얼른 자둬. 괜한 꿈은 꾸지 않게 해줄 테니까.
잘 자, 마스터.
*
그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한 것도 벌써 일주일 전의 일이다. 일정이 조금 늦어져 시뮬레이터 내에서 야영하게 된 어느 밤, 혼자 느긋하게 쉬려던 나에게 마스터는 난데없이 질문을 던졌다. “그때 그 애를 도와준 걸 후회해?” 솔직히 말하면 그 질문을 받은 순간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이 망할 칼데아에 온 뒤로 일어나는 성가신 일은 대부분 ‘그 녀석’이 연관되어 있었으니까.
평소처럼 느지막이 아침 식사나 하러 나온 식당에서, 나는 방긋 웃으며 나를 맞이하는 아르토리아 아발론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나 기분 좋아 보이다니, 어제 무슨 기쁜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같은 팔자 좋은 소리는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놓고 싫은 티도 내지 못한다. 지금의 나는 동화 속 왕자님 모드다. 모른 척하고 피해 가는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겠지만.
“좋은 아침이에요, 오베론.”
“응, 좋은 아침이야. 그럼 난 급한 용건이 생각나서 이만…”
잡혔다. 아주 보기 좋게 잡혔다. 보이지 않는 힘이 몸을 잡아당기더니 가까이 있던 의자에 풀썩 주저앉혀졌다. 괴물 같아진 마술 실력은 내가 꼼짝 못 하도록 의자에 단단히 고정했다. 보이지 않는 밧줄에 꽁꽁 묶인 기분이다. 최악이다.
“이거 풀지 못해?!”
“어허, 그렇게 난리 치다간 무슨 소란인가 하고 다들 달려올걸요? 간단한 구속 마술 하나 풀지 못해 야단인 요정왕의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요?”
“……, ………. 목적이 뭐야.”
“험악하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 전 그저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갑자기 사람을 잡아놓더니 식사란다. 이 상황에 밥이 목구멍으로 잘도 넘어가겠다. 하지만 대접하겠다는 게 빈말은 아닌지, 아직 분에 겨워하는 나를 내버려 둔 채 AA는 부엌으로 향했다. 지금이면 주로 주방을 차지하는 녀석들이 쉬러 갔을 시간이다. 요리사가 없어지면 식당을 찾는 인원도 자연스레 줄어든다. 즉, 조용한 식사가 가능하다. 그걸 노리고 이 시간에 온 건데, 역으로 당해버렸다. 아마도 요리를 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대략 10분이 지났을 무렵, AA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손에는 아주 큼직한 접시가 들려 있다. 그러니까, 정말로 음식을 만들어왔다는 거다.
“듣자 하니 마스터에게 저는 집안일 하나 못하는 철부지라고 흉을 본 모양이더군요.”
“뭐? 아니 그건…”
“이 아르토리아 아발론, 그런 치욕을 들은 이상 가만히 있을 순 없죠.”
식탁에 놓여진 건 특별할 것 없는 경양식 햄버그스테이크였다. 다른 때라면 모르겠지만, 그 대화를 한 뒤에 이런 걸 마주하면 알 수밖에 없다. 이건 요정국의 어느 작은 가게에서 팔던 메뉴다. 내가 20cm도 안 되는 몸으로 접시를 옮기느라 고생했던 그 가게다. 그리고 놀랍게도,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햄버그는 아주 정교한 검의 형태를 하고 있다. 엑스칼리버라고 했던가? 딱 그것의 축소판이라고 불러도 될 모양새였다. 황당한 눈으로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으니 만든 본인도 나름 민망했는지 맞은 편에서 변명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렇게 보지 마세요. 생긴 건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었어요. 그… 제 본질 같은 거라.”
그새 내 앞에 자리 잡고 앉은 AA는 어서 먹지 않고 뭐하냐는 눈으로 날 뚫어져라 보고 있다. 이대로 먹지 않았다간 억지로 입에 쑤셔 넣을 기세다. 어느새 구속 마술은 헐거워져 두 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내키지 않지만 지금은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 우선 음식과 함께 놓인 포크와 나이프로 햄버그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이래서는 칼로 칼을 써는 꼴이다. 굉장하구먼……. 눈으로 보기엔 속까지 잘 익었다. 딱히 탄 부분도 보이지 않는다. 소스를 적당히 묻혀서 한입에 넣는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맛있다. 고기의 육질이 느껴지면서도 질기지 않은 식감이다. 반죽 단계에서부터 공을 들였겠지.
“……나쁘지 않네.”
“그렇죠?”
어차피 대충 말해도 알아서 다 ‘보고’ 있을 거다. 정말이지, 성가시다. 내가 묵묵히 접시를 비우는 걸 보던 AA는 혼자 맘대로 떠들기 시작했다. 남이 없는 곳에서 흉을 보는 건 좋지 못한 행동이라느니, 박자를 맞추는 게 조금 어려울 뿐 음치는 아니라서 노래를 제법 한다느니(그게 결국 박치 아닌가?) 하는 소리를 하는 걸 보아 그때 했던 소리를 고스란히 일러바친 모양이다. 그 자식, 다음에 보면 가만두지 않겠어.
“그리고,” 내가 햄버그 마지막 한 조각을 남겼을 때, AA는 그렇게 말했다. “저는 제법, 제 결말에 만족하거든요.” 햄버그 조각을 찍은 포크가 무겁게 느껴진다. 입맛도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배 속에 쑤셔 넣은 음식이 얹힐 것만 같다. 당장이라도 여기서 뛰쳐나가고 싶다. 몸을 묶어두던 마술은 진작에 풀린 상태다. 도망치려면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는 건, 그 나이대 여자애처럼 웃는 모습이 나에게는 너무 괴롭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겨울날의 기억은 그 여자아이의 이정표였지만, 정답은 아니었어요. 어떤 결말에 도달하든, 그건 그 아이가 스스로 책임지고 선택한 거예요. 그 과정 속엔 어떤 잘못도 없어요.”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못했다고 하는 편이 맞겠지. 지금은 무슨 소리를 하든 일그러질 테니까. 괜한 소리는 하지 않는 게 낫다. 애초에 이 녀석도 나에게 대답을 들을 생각으로 말하고 있는 게 아니다. 혼자 내뱉어놓고, 혼자 만족할 뿐이다. 그렇다면, 나도 내 마음대로 할 뿐이다. 마지막 한 조각을 입에 쑤셔 넣고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먹었어.”
“식사가 빠르시네요. 뒷정리는 제가 할 테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저는 직후에 마스터와 시뮬레이터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게 있으니 여기서 실례. 그럼 내일 뵐게요.”
말이 뒷정리지, 사실상 마술로 전부 해결해버렸다. 마술 만만세다. 눈앞에 있던 식기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AA도 훌쩍 자리를 뜬다. 내일, 내일이라. 그렇구나. 내일이 있구나. 모레도, 또 그다음 날도 너에겐 있는 거구나. 그게 과연 좋은 일일지는 나로선 알 수 없다. 앞으로 이 세상에 나타나는 저 녀석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인 거다. 그 결말은 본인만이 알겠지. 그게 설령 해피엔딩이 아니라고 해도, 어쩌면 그 나름대로 괜찮은 결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은 들었던 것 같다.
열흘 전, 칼데아의 어느 곳
“———오베론이?”
“네, 아무래도 저를 피하는 듯해요.”
“흠, 그런 거라면 이 마스터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내가 방법을 찾아볼게!”
“아뇨, 개인적인 문제로 마스터를 곤란하게 만들 수는…”
“서번트 간의 불화를 해결하는 것도 칼데아의 마스터로서 해야 할 일이야. 부담 느낄 필요 없어.”
“불화……. 그러네요. 이대로 가다간 앞으로 전투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걱정 마. 그런 일 생기지 않도록 기가 막힌 해결책을 들고 올 테니까.”
“후훗. 고맙습니다, 마스터.”